오랫동안 소식이 없던 봉기가 힘차게 다시 인사드립니다! 9월부터 다시 함께해주세요. 안녕하세요, 봉기입니다.
봉기가 긴 휴식기 끝에, 죽지도 않고 살아 돌아왔습니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 모드로요.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돌아올 수 있었던 건, 전생에서 깨달은 진리가 육신과 함께 소멸되지 않고 현생에 다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즉, 각설이 타령의 노랫말에서 ‘각설이’는 진정한 진리를 의미합니다. 그것은 영원하며 죽지 않고 반복되지요.
봉기는 세상에 영원하며 죽지 않고 반복되어야 하는 진리가 분명히 있다고 믿습니다. 팔레스타인의 평화, 그리고 인간과 인간이, 인간과 비인간이, 비인간과 비인간이 이루는 조화와 친절… 이런 것들은 봉기가 믿는 ‘각설이’입니다. 육신이 몇 번을 죽더라도, 몇 번-더하기-한 번-더 살아나야하는 진리이지요.
그래서 봉기가 여러분과 함께 평화를 이야기하고자 돌아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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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롬의 이야기
봉기가 쉬어간 지난 여름, 완전한 소강 상태에 있었습니다. 가만히 있었습니다. 빳빳하게 힘주고 있던 모든 신경들을 축 늘어진 더듬이처럼 내려놓고 살았습니다. 계속해서 미국과 이스라엘이 가자를 공격해오고, 여성과 아이가 죽고, 언론인들이 사라지는데, 저는 그냥 방에 누워 있었습니다. 태국과 캄보디아 국경에서도 수십명이 사망하고 수만명이 집을 잃었는데, 저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가만히 있는 것은 참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곧 부끄러움에 익숙해졌습니다. 부끄러움에 익숙해지는 제 자신이 다시 부끄러워지다가도, 그 부끄러움에도 이내 익숙해졌습니다.
제가 사는 이 나라의 동료들도 이번 여름을 조용하게 보냈습니다. 복면을 쓰고 시위 하던 이들은 천과 얼굴 사이에 고이는 땀에 숨을 쉬기가 어려웠고, 친구들이 경찰에 잡혀간 학생들은 그렇게 작별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그들을 고향으로 떠나 보내야했습니다. 지난 겨울이 유독 추웠어서, 이번 초여름이 잔인하게 뜨거웠어서, 여름 끝자락 이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쉼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끊어지지 않는 그물 속에서 잠시 발장구를 멈췄습니다.
한편, 한국의 동료들은 더욱 활발히 움직이고 있더군요! Sol과 앤디의 군산 북페어나 팔레스타인 평화 행진 이야기, 그리고 SNS를 통해 전달 받는 다양한 연대 집단들의 소식을 보고 있으면 한국의 집단적 시위는 이제 시작인 듯합니다. 다른 나라들보다 늘 한 발짝 늦게 연대하는 우리나라의 시차가 속상했는데, 지금은 이 시차가 기회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서 싸운 이들이 지쳐있을 때, 우리나라의 동료들이 더욱 발벗고 나서주어야 할 때라 느낍니다.
다른 시차, 다른 장소에 있기 때문에 우리의 연대는 밤이 없습니다. 늘 쨍쨍합니다. 잠 들기 전, 변하는 게 없는 현실을 바라보며 우리의 목소리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회의감이 들 때에도, 지구 반대편에는 해가 떠있습니다. 우리의 연대를 더욱 거시적으로 바라보며 서로 밀어주고 끌어줍시다. 그렇게 우리는 어떤 한계를 넘어서는 평화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 땅을 안 밟고 있는 한국인도 다시 이 곳에서 마땅히 해야할 일들을 하겠습니다.
프롬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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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l의 이야기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려요.
Sol입니다.
돌이켜보니, 봉기로만 인사드리고 이렇게 Sol이란 이름으로 인사드리는 건 처음이네요.
첫 인사인만큼 이번 Volume 3.도 잘 부탁드린단 부탁의 말을 함께 전합니다!
봉기가 그간 긴 여름방학을 보내고 왔는데요, 오늘은 이번 여름방학 동안 봉기의 구성원에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또 어떤 일을 하면서 이번 여름을 났는지 공유해드리고자 해요.
며칠 전 저와 앤디는 지나가는 여름의 끝자락에서 휴가 삼아 군산에서 열린 북페어에 다녀왔습니다!
이스라엘의 가자 학살을 규탄하는 집회에서 자주 마주치는 리슨투더시티가 부스로 참여한다는 사실을 알곤 기대를 잔뜩 안은 채 군산으로 출발했답니다. 그렇게 서울에서 내리 2시간을 달려 군산에 도착해 입장한 전시장에서 저는 새로운 희망을 보았어요. 대다수라고 하기엔 무리지만, 굉장히 많은 부스에서 팔레스타인의 시민들을 향한 연대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거든요.
팔레스타인의 국기를 테이블에 꽂아놓은 부스도 있었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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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학살을 규탄하는 책들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부스도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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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가 아니라 앤디가 펼쳐 들고 주의 깊게 살펴보던 책인데요, ‘가자에 지하철이 달리는 날’이란 이름을 가진 책입니다. 저는 공습을 막아야 하고, 그곳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살려야 한다는, 어쩌면 절박한 심정으로만 가자를 생각해 왔기 때문에, 이전까지 가자와 문명화된 서구적인 모습의 도시를 상상해 본 적은 없었어요. 하지만 이 책의 제목을 통해, 폭력과 분쟁이 사라진 그 땅에서, 그리고 그곳에서 삶을 꾸려나가는 개인들이 다른 지역의 사람들 못지않게 여유로운 삶을 살아가는 날들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선 현 미국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가 이스라엘 총리 벤야민 네타냐후와 정상회담을 마치고 가자에 대해서 “중동의 리비에라로 만들겠다”라고 말한 것이 교차해 떨떠름한 감정도 있었어요. 어쨌든 지하철이나, 휴양지나 가자에 개발주의의 언어를 붙인다는 점에선 동일하니까요. 물론 이 책의 저자는 트럼프와 같은 개발주의의 관점에서 가자를 본 것은 아닐 거예요. 이런 점에서 이 책에서 저자가 전개했을 주장들이 궁금해졌답니다.)
이 책의 저자는 그 이름에서 추측할 수 있듯이, 일본의 학자에요. 그래서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자 분쟁에 관한 개념서나 역사서와 달리 조금 더 상상력을 발휘한 내용의 책도 출간될 수 있겠구나 하는 가능성을 엿보았습니다.
그리고 가장 인상 깊었던 부스는 일본에서 온 ‘etc. books’라는 서점의 부스였어요. ‘I read feminist books’라는 자신만만한 문구와 강렬하고 도발적인 색상의 에코백이 눈에 띄는 부스였는데요. (사실 저 빨간 에코백은 제 마음에 쏙 들어, 보자마자 구매했습니다. ㅎㅎ) 이 서점은 도쿄에 자리 잡고 있다고 해요. 시모키타자에서 한 정거장 더 가면 있다고 소개해 주셨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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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스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여성주의와 팔레스타인 연대를 교차시킨 굿즈들이었어요. 한국에선 여성과 팔레스타인이라는 두 가지만을 교차시키는 지점을 강조해 말하는 분위기가 적은데요.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집회에 나가면 사실 여성으로 패싱되는 분들이 굉장히 많이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저는 이것을 여성주의 운동이라 부를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어요. 그리고 이것이 묘하게 한국의 상황을 대변하는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고요.
동시대의 어떤 세대, 어떤 성별보다 우리 사회의 문제에 대해 참여하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여성들. 그렇지만, 이런 여성들의 움직임을 우리는 여성주의 운동이라 부르지 않죠.
사진으로 남기진 못했지만, 출판사 ‘리시올’에선 이스라엘의 만행을 고발한 책 ‘예닌의 아침’의 작가이자 활동가인 수전 아불하와의 ‘옥스포드 유니언 토론회 발언문’을 팸플릿으로 제작해 준비해주셨어요. 이 팸플릿을 너무나도 소장하고 싶었던 나머지 저도 리시올에서 홀린듯이 한 권을 구매하고 말았답니다.
이번 군산북페어에선 책 ‘가자에 지하철이 달리는 날’이나 서점 ‘etc. books’과 같이 한국의 맥락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해 보게끔 하는 책과 부스들도 있었고요. 또 한국에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요구하고 팔레스타인 땅의 사람들에게 연대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스레 알 수 있었어요.
2025년의 상반기를 돌이켜보자면요, 트럼프가 취임하고 나서 미국과 이스라엘은 더욱더 노골적으로 결탁해 갔고, 가까스로 체결된 휴전 협정마저도 (우리는 그 내용과 이행을 비관하긴 했었지만) 제대로 지켜진 적이 없었죠. 무력하고 암울한 시절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하반기의 시작에서 군산북페어는 팔레스타인의 평화로 가는 길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연대하는 사람들과 면대면으로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응원하기도 하며 기쁜 마음과 동시에, 든든하기도 하고, 앞으로 또 힘차게 달려 나갈 봉기를 위한 에너지를 비축하는 재충전의 시간이기도 했어요. 새삼스레 연대의 힘을 느꼈네요.
저도 봉기도 이번 하반기, 더욱 힘차게 붓줄을 그어 나가겠습니다.
Sol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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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앤디의 이야기
안녕하세요, 오래간만에 인사드립니다. 앤디입니다.
봉기는 이번 여름 짧지 않은 휴식기를 가지고 돌아왔는데요. 최근 제법 선선해진 날씨를 만끽하자니, 독자 여러분은 지난 뜨거운 계절을 어떻게 보내셨는지 궁금해집니다.
저는 한 달 전부터 INGO(국제 비정부기구)에서 근무하기 시작했어요. 서울과 판교를 오가는 통근이 버겁게 느껴지는 날도 있지만, 사무실에 도착하면 좋아하는 동기들과 흥미진진한 업무가 기다리고 있어 출근길이 설렌답니다.
이곳에서 근무하며 새롭게 알게 된 기념일 하나를 독자 여러분께도 소개하고 싶어요. 바로 ‘세계 인도주의의 날’입니다. 지난 2008년 UN총회 결의 이후 매년 8월 19일에 돌아오는 세계 인도주의의 날은, 인도주의 가치를 실천하는 활동가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고, 인도주의 지원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제정되었습니다.
이렇듯 세계 인도주의의 날은 단순히 기념비적인 일을 기록한다거나 인식을 제고하는 것 이상의 무거운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껏 희생한 인도주의 활동가들과, 지금 순간에도 현장의 최전선에 있는 활동가들의 투지와 소망을 기억하는 날이기 때문이죠.
이번 세계 인도주의의 날은 유독 무겁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봉기가 그간 집중 조명해온 가자뿐만 아니라 수단, 콩고, 우크라이나, 미얀마, 아이티 등 세계 각지에서 인도주의적 위기가 악화하고 있으며, 분쟁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봉기의 지난 뉴스레터 제목처럼, 새로운 것은 없지만 모든 게 더 참혹해졌습니다(Nothing new, but everything worse).
무기력하고 울적한 기분 속에서 회피와 자책을 놓고 갈팡질팡하는 사이 여름이 지났습니다. 거대한 문제 앞에 작아지는 자신이 여전히 탐탁치는 않습니다만. 혼자서는 포기가 쉬워도 연대하면 버틸 이유가 생기기에 다시 글을 쓰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훌쩍 다가올 겨울을 이겨낼 이야기를 차곡차곡 모아보겠습니다.
봉기의 뉴스레터가 중요한 순간에 의미있는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
앤디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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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팔레스타인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일선의 보도를 통해 공유하고, 정리해드립니다. 1996년 뉴욕에서 시작된 독립 언론 데모크라시 나우 (Democracy Now), 1989년 예루살렘에서 시작된 인권 옹호 비영리 단체 벳셀렘 (B'Tselem), 2001년 시카고에서 시작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전문 독립 언론 일렉트로닉 인티파다 (The Electronic Intifada) 의 글을 중심으로 다양한 자료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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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 Jazeera] 노르웨이 국부펀드, 캐터필러와 이스라엘 은행 투자 철회 (바로가기)
현지시간 26일, 세계 최대 규모의 자산 펀드인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미국 중장비 제조 기업인 캐터필러로부터 21억 달러 (1.17%) 상당의 지분을 매각했습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를 운영하는 노르웨이 중앙은행은 “전쟁과 분쟁 상황에서 개인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위험 때문에” 캐터필러를 펀드에서 제외하기로 했다며, “캐터필러가 제조한 불도저가 이스라엘 당국에 의해 팔레스타인 재산의 광범위한 불법 파괴에 사용되고 있”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어떤 조치도 시행되지 않”은 것이 이유라고 밝혔습니다. 동일한 권고에 따라 이스라엘의 은행 5곳 (하포알림, 레우미 은행, 미즈라히 테파호트 은행, 퍼스트 인터내셔널 뱅크 오브 이스라엘, FIBI 홀딩스)으로부터 6억 6,100만 달러의 투자금을 회수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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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m Now] 스코틀랜드, 이스라엘 무기 공급업체 자금 지원 중단 (바로가기)
스코틀랜드 정부 수반 존 스위니 수석장관이 지난 수요일, 이스라엘에 무기를 판매하는 군수업체의 자금 지원 중단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스코틀랜드 의회가 65대 24로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을 결의하며 영국 정부에도 같은 조치를 촉구한 가운데 나온 발표입니다. 스위니 수석장관은 "집단학살의 증거가 있는 국가에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군수업체들에 공적 자금 지원을 중단할 것이며, 여기에는 이스라엘도 포함된다"고 밝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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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ectronic Intifada] 미국 대학, 캠퍼스에서 이스라엘 투자 철회 성과 달성 (바로가기)
미국의 MIT와 샌프란시스코 대학교에서는 학생들과 지역사회 활동가들의 노력으로 이스라엘 군수업체와의 재정적 연계를 끊는 데 성공했습니다. MIT는 엘빗 시스템즈(Elbit Systems)와의 협력을 중단했으며, 샌프란시스코 대학교는 이스라엘과 관련된 4개 군수기업에서 투자를 철회했습니다. 이러한 성과는 가자지구에서의 인권 침해에 대한 국제적인 비판과 연대의 일환으로 이루어졌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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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 주 동안 한국에서 팔레스타인과 연대할 수 있는 다양한 오프라인 모임과 활동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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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중동·이슬람·팔레스타인 책읽기모임] 팔레스타인과 예술 작은 리서치 발표회 Brief Studies of Palestine and Art (링크) 📆 9월 8일(월) 19:00📍서울 마포구 망원동 동교로 41, 2층, 플랫폼C |
🔉[927기후정의행진 조직위원회] 927 기후정의행진 (링크)
📆 9월 27일(토) 15:00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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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 가자 학살 2년 10.12 전국 집중 행동의 날 (링크)
📆 10월 12일(일) 14:00 📍서울 도심(추후 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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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촉면] 팔레스타인 디아스포라 활동가 단체 (사미르 프로젝트) 기부를 위한 『팔레스타인 시선집』 판매 (링크)
📆 9월 3일(수) ~ 📍구글닥 구매 신청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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