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는, 이스라엘군의 AI 이미지 사용 & 팔레스타인 땅의 날 & 함단 발랄 구금 사건을 다룹니다
구독자 여러분, 최근 SNS에서 ‘지브리풍’이라는 이름으로 공유되는 이미지를 보셨나요? 오픈에이아이(open AI)가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감독인 미야자키 하야오의 제작사로 유명한 '스튜디오 지브리'의 그림체를 구현해 큰 인기를 끌었는데요. 누리꾼들은 해당 서비스를 활용해 일상의 사진을거장의 그림체로 그린듯한 사진을소셜 미디어에 업로드하며 삽시간에 퍼져나갔습니다. 이가운데, 이스라엘방위군이 오픈에이아이의 기능을 홍보에 사용해 논란입니다.
3월 31일, 이스라엘방위군(@Israel Defense Force)은 엑스(X·옛 트위터)에 "We thought we'd also hop on the Ghibli trend (우리도 지브리 트렌드를 따라가볼까봐)"라는 캡션과 함께 지브리 그림체로 그려진 이스라엘군의 이미지를 업로드했는데요. 해당 이미지에는 펄럭이는 이스라엘 국기 앞에서 총을 든 군인, 전투기에 탄 채 이동하는 군인, 바다 위에서 교신하는 군인, 그리고 전투선들의 모습이 담겨있었습니다. |
|
|
하지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반전주의자'로 유명한데요. 지금 이 순간에도 팔레스타인에서 학살을 이어가고 있는 이스라엘군은 스스로를 미화하는 이미지를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그의 화풍으로 재생성한 것입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런 이스라엘군의 행동이 세계적 거장에 대한 '모독'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과거 2003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아카데미상을 수상했을 때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했으므로 보이콧하겠다” 며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는 등 서구의 폭력적인패권주의에 강력하게 반대하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오픈에이아이의 해당 기능을 둘러싸고 AI의 무분별한 이미지 생성 기능과 지식 재산권 침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들려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더욱 문제가 되는 쟁점은 바로 AI를 활용한 이스라엘방위군의 '의도적 탈정치화'입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으로 대표되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화는 특유의 동화적인 분위기로 유명한데요. 소재와 무관하게 늘 따뜻하고 몽환적인 느낌의 그림체의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대중들의 사랑을 받아왔죠. 이스라엘방위군의 홍보 담당자가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화로 이스라엘군의 이미지를 재생성했다는 것은 전쟁과 폭력의 이미지를 전면적으로 탈락시키고, 스스로를 영웅화하는 마케팅적 의도를 보여줍니다. 이는 전쟁 상황의 본질을 호도하고, "정치 엘리트들의 반인륜적 행위를 은폐"하며, "시민들의 정치적 무관심을 동조"하는 행위입니다 (박홍원, 2016).
단순 유행과 시류 편승으로 해석될 수 만은 없는 이스라엘방위군의 홍보 정책을 둘러싸고, AI의 활용과 전쟁 범죄의 결합, 그리고 의도적 탈정치화에 대해 고민해봐야할 시점입니다.
|
|
|
3월 30일은 '팔레스타인 땅의 날'입니다. 이날의 역사는 1976년 3월 30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48년 전 이날, 이스라엘 경찰은 이스라엘 정부가 수천 도넘(1도넘=940평방미터)의 팔레스타인 땅을 빼앗은 것에 항의하는 6명의 팔레스타인 시민을 사살한 날입니다. 이를 통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땅을 불법 점거한 것이 수년도 아닌 수십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땅의 날은 그 역사를 기억하는 정치적 기념일입니다. 이스라엘에 대한 저항을 되새기고, 시온주의자들의 반인륜적인 팔레스타인 식민지화 정책에 대항하기 위한 연대를 촉구하고, 팔레스타인 땅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하는 날입니다.
올해 한국에서도 이를 기념하기 위해 3월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팔레스타인 땅의 날 49주년 집회가 열렸는데요. 재한 팔레스타인인 나심 씨는 “우리는 매년 이날을 기념하면서 우리 땅에 대한 권리와, 점령과 정착자 식민주의에 대한 거부를 재확인하고 있다"며 "오늘도 전 세계 앞에서 우리의 권리가 결코 잊혀지지 않을 것임을 재확인하고자 한다”고 팔레스타인 땅의 날의 의미를 되새겼습니다.
연대 시위가 열린 곳은 우리나라 뿐만이 아닙니다. 뉴욕, 로스엔젤레스, 베를린, 파리, 맨체스터, 도쿄 등 전세계적으로 팔레스타인의 자유를 지지하는 많은 시민들이 거리에 나와 연대하며 팔레스타인 땅의 날을 기념했습니다. 이스라엘 군의 폭격에 의해 가족을 잃은 나데라 무스타(Nadera Mushtha) 씨는 이제야 이 날의 진정한 의미를 알겠다며, 팔레스타인의 저항 시인인 레파트 알라리르(Refaat Alareer)의 시를 인용했습니다.:
오, 대지여 나를 안아주오 나를 꼭 껴안아 주오 아니면 삼켜 주오 더는 고통받지 않도록.
나는 그대를 사랑하니 나를 데려가 주오. 나를 풍요롭게 해주오. 나를 흙으로 만들어주오.
고요한 날들은 저물고, 총성이 인류의 언어가 되었도다.
나는 가시를 밥 삼고, 한숨을 놀이 삼는다. 병사는 오직 취해야만 하기에.
오, 대지여, 삶 속에서 내가 상처 받을 운명이라면 내 흙이 그대 안에서 새 생명을 틔우게 하소서.
오, 대지여.
|
|
|
2019년부터 4년간 이스라엘 군의 강제적인 마을 철거에 저항하는 팔레스타인 마을의 현실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노 어더 랜드>가 미국의 가장 권위적인 영화 시상식인 제 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다큐멘터리 부문을 수상해 화제가 되었는데요. 이 영화는 기록 도구로서의 '카메라'가 팔레스타인 저항 역사에서 얼마나 강력한 무기로서 기능하는지를 증명하는 동시에, 이스라엘군의 폭력적인 민낯과 팔레스타인인의 뜨거운 연대를 현실적인 질감으로 보여주죠.
이 영화의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이 화제가 되었던 것은 백인 중심의 보수주의적이었던 시상식이 스스로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 공개적으로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정부에 저항하는 혹은 그로부터 독립된 예술의 움직임을 취하는 것으로 읽혔기 때문이에요. 특별히 바젤 아드라 감독은 "We call on the world to take serious action to stop the injustice and to stop the ethnic cleansing of the Palestinian people (우리는 세상이 이 부정의를 그리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인종 청소를 멈추기 위한 행동을 취할 것을 요구합니다.)"라고 수상 소감을 전하며 현장을 뜨겁게 만들기도 했죠.
하지만 이스라엘의 반응은 상상 그 이상이었습니다. 지난 25일, 서안 지구로 돌아온 공동 감독 중 한 명인 함단 발랄을 현지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집단 구타한 후 그가 쓰러지자 이스라엘 군이 체포해간 것인데요. 이스라엘군은 그를 "치료"하기 위해 데리고 갔다고 하지만, 그들은 구타 과정을 직접 목격하고도 상황을 중재하지 않은 채 발랄을 납치해갔다고 합니다. 이후 발랄의 변호인에게조차 그의 상태를 설명하지 않았으니, 이는 명백한 강제 납치와 구금의 과정이었습니다.
다행히 구금 하루 후인 26일, 발랄 감독이 석방되었는데요. 그는 얼굴에 멍이 들고 옷에 피가 묻은 채로 “나는 히브리어를 모르지만, 군인들이 나를 ‘오스카’라고 부르는 것을 들었다”면서 “그들이 나를 특별히 가혹하게 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이스라엘 정착민들의 괴롭힘은 그날 하루만의 일이 아니었고, 아카데미 시상식 이후 발랄이 집으로 돌아온 이후 줄곧 이스라엘 정착민들은 그의 집 물탱크를 훼손하고, 자동차를 부쉈다고 합니다.
한편, 아카데미 시상식은 이러한 팔레스타인의 상황에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아 지탄을 받았는데요. 이에 페넬로페 크루즈, 올리비아 콜먼, 마크 러팔로 등 900명에 가까운 영화계 인사들이 "우리는 오스카상을 받은 팔레스타인 영화인 함단 발랄에 대해 이스라엘 정착민들과 이스라엘 당국이 서안에서 행한 잔혹한 폭력과 불법 구금을 비난한다"고 별도의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또한 "이달 첫 주에 영화의 가치를 인정해 상을 수여한 단체가 불과 몇 주 뒤에 그 감독을 지키는 데 실패한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아카데미 시상식을 비난했죠. 그러자 아카데미 시상식 측은 뒤늦게 사과하며 "아카데미는 전 세계에서 어떤 종류의 폭력에도 반대하고, 어떤 환경에서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을 증오한다"고 말했습니다.
|
|
|
이 섹션에서는 최근 팔레스타인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일선의 보도를 통해 공유하고, 정리해드립니다. 1996년 뉴욕에서 시작된 독립 언론 데모크라시 나우 (Democracy Now), 1989년 예루살렘에서 시작된 인권 옹호 비영리 단체 벳셀렘 (B'Tselem), 2001년 시카고에서 시작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전문 독립 언론 일렉트로닉 인티파다 (The Electronic Intifada) 의 글을 중심으로 다양한 자료를 다룹니다.
|
|
|
[DEM NOW] 가자지구 언론인의 마지막 기록 (바로 가기)
지난 3월 24일, 알자지라와 드롭 사이트 뉴스 기자 호삼 샤밧(23세)이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했습니다. 같은 날 팔레스타인 투데이 TV 기자 모하메드 만수르도 목숨을 잃었습니다. 2023년 10월 이후 가자지구에서 사망한 언론인은 200명이 넘습니다.
|
|
|
[UNICEF] 322명 어린이 사망…UNICEF, 가자지구 즉각 휴전 촉구 (바로 가기)
유니세프에 따르면 가자지구 휴전 붕괴 이후 10일간 하루 평균 약 100명의 어린이가 사망하거나 부상당해 총 322명이 사망하고 609명이 부상당했다고 보고했습니다. |
|
|
[The Guardian] 학살에 맞선 목소리: 다큐 The Encampments가 담은 저항과 탄압 (바로 가기)
콜롬비아 대학교의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 캠프와 미국 전역의 학생 운동을 다루는 다큐멘터리 '인캠프먼트(The Encampments)'가 4월부터 미국 전역에 개봉합니다. 이 영화는 미국과 이스라엘 무기 산업에 대한 대학의 투자 철회와 가자지구 학살 중단을 요구한 미국 소재 대학생들의 저항을 보여줍니다.
|
|
|
[The Guardian] 자격 없는 대학, 자격 있는 연대: 졸업식 대신 거리로 나선 SIPA 동문들 (바로 가기)
콜롬비아대 졸업생들이 팔레스타인 활동가 마흐무드 할릴의 구금에 항의해 졸업장을 찢으며, 대학과 정부의 탄압에 맞서 연대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
|
|
[Quads News Network] 네타냐후, 가자 전쟁 목표는 ‘하마스 넘어 인구 이주’라고 공식 인정 (바로 가기)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지구 전쟁의 목표가 하마스 제거를 넘어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이주임을 밝히며, 이스라엘의 집단 추방 계획이 공식화됐습니다.
|
|
|
이 섹션에서는 이번 한 주 동안 한국에서 팔레스타인과 연대할 수 있는 다양한 오프라인 모임 및 활동을 소개합니다.
|
|
|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집단학살 규탄 한국 시민사회 38차 긴급행동 (링크) 📆 4월 5일 (토) 14:00 📍SK서린빌딩 뒤편 (서울 종로구 종로 26 / 이스라엘 대사관 옆 블럭, 청계천변 쪽)
|
🔉[해방을 꿈꾸는 씨네클럽 &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영화 <언허드: 마사페르 야타를 지켜라> 상영회 (링크) 📆 4월 14일 (월) 19:00 📍독립문역 근처 공간 솔트
|
|
|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 서울 79차 집회와 행진 (링크) 📆 4월 6일 (일) 14:00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
|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 부산 30차 집회와 행진 (링크) 📆 4월 6일 (일) 14:30 📍부산 서면 동보프라자 앞
|
|
|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 원주 16차 집회와 행진 (링크) 📆 4월 6일 (일) 14:00 📍원주 중앙시장 사거리 농협 앞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