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로서의 팔레스타인의 지위와 한국과의 관계, 그리고 이를 둘러싼 오해들을 살펴봅니다.
학살은 여전히 전쟁으로 불린다 | 학살이 여전히 전쟁으로 불리는 이유는 서방 언론의 생태계를 유대인들이 장악한 데에 있다.
한국은 팔레스타인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 한국 주요 언론사 또한 이 학살의 현장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부르는데, 이는 유대계에 잠식된 서방 언론의 기울어진 문제 인식을 그대로 받아적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팔레스타인을 오해하고 있다 | 유엔 산하의 조사 특별 위원회와 국제 인권단체들은 잇따라 해당 위기가 ‘집단학살’의 특성과 정확하게 일치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지난 뉴스레터 전체 읽기) |
|
|
한국에서 서쪽으로 약 8천 킬로미터를 가면 ‘성지’라고도 불리는 땅, 팔레스타인에 도착합니다. 이곳에는 지난 1948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땅에 국가를 건설하겠다고 선언한 이후로 줄곧 자국의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해 투쟁해온 팔레스타인인들이 있는데요. 이런 투쟁이 이어진 세월은 올해로 77년을 맞습니다.
그런데 팔레스타인은 이미 엄연한 국가인데 어째서 그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는 걸까요. 답은 이스라엘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행보에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영토에의 국가 건설을 주장함과 동시에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는 것에 강력하게 반발해왔어요. 실제로 지난 2012년 UN 총회가 팔레스타인의 지위를 기존의 표결권이 없는 ‘옵서버 단체’에서 표결권이 있는 ‘옵서버 국가’로 격상하는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을 때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이 국가의 지위를 얻을 경우 UN을 탈퇴하겠다는 으름장을 놓기도 했죠. 이스라엘의 오랜 우방국인 미국 또한 유네스코 예산의 22%에 해당하는 재정지원을 중단하겠다고 협박하며 팔레스타인의 국가 인정을 저지했습니다. 이에 미국을 포함해 캐나다와 독일 등 국가가 반대표를 던졌고, 한국과 영국 등은 기권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두 강대국의 훼방에도 불구하고 치열한 독립 투쟁 끝에 팔레스타인은 지난 2013년, 대외적으로 독립적인 국가의 지위를 인정받았습니다. 2011년 UN의 독립국가 승인에 이어 2012년에는 UN 총회의 옵서버 국가로 인정받은 것입니다. 그로써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는 국제사회에서 공식적으로 ‘팔레스타인 국가의 정부’ 지위를 획득했습니다. |
|
|
한국은 2024년 현재 전 세계 191개국과 수교를 맺고 있습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시리아, 쿠바와는 수교 관계가 없죠. 즉 이들 국가와 한국은 공식적인 외교관계를 맺고 있지 않은 것입니다. 미수교 상태라 하여 아예 교류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공식적인 외교관계만 없을 뿐, 민간 차원에서 교류하는 것이 금지된 것은 아니며 지난 2021년 한국의 한국어, 한국문화 보급을 통해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진작할 목적으로 설립된 세종학당은 팔레스타인 라말라에 새 학당을 개소하기도 했어요.
20세기 북한이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고 한국은 이스라엘을 지지하며 팔레스타인과 한국은 적대적 관계에 처한 듯했지만 21세기에 들어서며 한국의 대팔레스타인 정책은 크게 선회했습니다. 2005년, 반기문 외교부 장관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일반대표 수준의 관계 수립에 합의했고, 이에 따라 주이스라엘 대한민국 대사관 내에 주팔레스타인 대한민국 대표사무소가 설치되었죠. 이후 2014년에는 팔레스타인의 요청으로 주이스라엘 대사관 공사참사관이 겸직하던 주팔레스타인 대표의 업무가 분리되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임시수도인 라말라에 독립적인 상주 대표사무소가 개설되었습니다. 현재 이 대표사무소는 정식 재외공관은 아니지만, 관행적으로 그에 준하는 지위를 인정받고 있어요.
한국의 대팔레스타인 입장 변화는 최근 더욱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지난 2012년 유엔 총회에서 열린 팔레스타인의 유엔 비회원 참관 국가 지위 격상 투표에서는 미국과 이스라엘을 의식해 기권표를 던졌으나, 2024년 4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는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회원국 가입 추천 결의안에 대해 찬성표를 행사했습니다. 비록 이 결의안은 상임이사국인 미국의 반대로 최종 부결되었지만, 이러한 한국의 입장 변화는 그동안 미국의 입장에 동조하던 외교 기조에서 벗어나 보다 독자적인 대팔레스타인 정책을 모색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한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으로서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회원국 가입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것은, 사실상 팔레스타인의 국가 지위를 인정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
|
|
하지만 여전히 한국은 팔레스타인을 독립된 자주 국가로 인식하기보다는, 팔레스타인 전체를 하마스와 동치시키거나, '테러 집단'으로 단순화하여 오해합니다. 봉기는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폭격이 시작된 2023년 10월 9일부터 12월 27일까지, 한국 중앙일간지 9곳(경향, 국민, 동아, 서울, 세계, 조선, 중앙, 한겨례, 한국) 모두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서 팔레스타인의 주체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라고만 지칭하는 것을 확인했는데요. 한국의 주요 언론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서의 주체로 조명하기보다는 ‘하마스’와 동일시하는 보도 관행은 최근의 한국 정부의 외교적 행보와는 괴리를 보입니다. 이는 팔레스타인 문제를 다루는 한국 사회의 이해가 여전히 제한적임을 드러내죠. 팔레스타인을 단순히 무장 정파나 분쟁의 한 측면으로만 축소한다면, 팔레스타인 내부의 다양한 목소리와 정당한 요구를 왜곡할 위험, 그리고 팔레스타인의 주체적 평화 구축에 대한 신뢰를 저해할 우려도 있는데도 말이에요.
하마스는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정부 조직으로, 팔레스타인 전체를 대표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과 대한민국 전체 국민 개개인을 동일시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죠. 그러나 서구 언론과 일부 한국 언론은 이러한 맥락을 간과한 채 하마스와 팔레스타인을 동일시함으로써, 팔레스타인 국민 전체가 처한 구조적 억압과 고통을 보이지 않게 만듭니다.
더욱이 하마스를 단순히 ‘테러 조직’으로만 규정하거나, 그 활동을 팔레스타인 국민 전체의 정체성으로 오인하는 것은, 국제적 여론 형성 과정에서 팔레스타인의 실제적 발언권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하마스는 가자지구에서 강력한 지지 기반을 가지고 있으나, 서안지구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는 별개의 주체로 기능하며, 팔레스타인 내부에서도 다양한 정치적·사회적 견해가 존재하기 때문이죠. 이러한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 채 하마스를 팔레스타인 전체로 오도하는 보도는, 갈등 해결을 위한 평화적 논의와 협력에 장애물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다음 호에서는
‘가자 지구의 정부 하마스’를 살펴봅니다. |
|
|
이 섹션에서는 최근 팔레스타인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일선의 보도를 통해 공유드립니다. 1996년 뉴욕에서 시작된 독립 언론 데모크라시 나우 (Democracy Now), 1989년 예루살렘에서 시작된 인권 옹호 비영리 단체 벳셀렘 (B'Tselem), 2001년 시카고에서 시작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전문 독립 언론 일렉트로닉 인티파다 (The Electronic Intifada)의 글을 다룹니다. |
|
|
[DEM NOW] 이스라엘,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 70명 살해…병원 연료 부족으로 신생아 15명 생명 위태 (바로 가기) |
[DEM NOW] UN, 가자지구 인도적 지원 한계 직면…이스라엘 공격 속 구호 활동 위기 (바로 가기) |
|
|
[B'Tselem] 이스라엘 군, 알파와르 난민캠프 급습하여 주민 학대 및 집 강제 점거 (바로 가기) |
[B'Tselem] 이스라엘군, 툴카렘 난민캠프에서 비무장 부자에게 총격, 14세 아들 사망 (바로 가기) |
|
|
[The Electronic Intifada] 가자지구 신장병 환자들, 극심한 고통 속 생명 위기 (바로 가기) |
[The Electronic Intifada] 가자지구의 지난 크리스마스는 어땠을까 (바로 가기)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