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듯 협상의 1, 2단계 진행조차 불확실한 가운데, 가자의 주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가자 재건’을 논의하는 협상 3단계의 실현 가능성 또한 불분명합니다. 지난 15개월간 철저하게 파괴된 가자지구의 피해 규모를 고려했을 때, 도시를 이전과 같이 재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희생자의 시신을 수습하고 건물이 붕괴한 자리의 잔해를 제거하는 작업부터 난관입니다. 가자지구 민방위대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 도시 곳곳에는 오랫동안 수습하지 못한 희생자 시신이 못해도 1만여 구 이상 방치돼 있습니다. 유엔 위성 데이터(UNOSAT)는 가자지구에서 전체의 69%에 해당하는 170,000채의 건물이 파괴됐다고 보고 있으며,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5월 기준 90% 이상의 건물이 파괴됐다고 보고했습니다. 유엔은 이런 건물의 잔해 5,000만 톤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21년 동안 12억 달러(약 1조 7,000억 원)가 들 것으로 파악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거한 폐기물을 처리할 시설 또한 마땅치 않아 피해 지역의 토양과 식수 등이 앞으로도 장시간 오염에 노출될 가능성이 큽니다.
붕괴한 건물에는 가정집뿐만 아니라 병원이나 학교처럼 필수적인 기반이 다수 포함돼 더욱 큰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특히 많은 병원이 파괴돼 전체 36개 중 17개 유닛만이 부분적으로만 기능하는 상태입니다. 200개 이상의 정부 시설과 136개의 학교도 손상되거나 파괴되었습니다. 이번 학살로 가자 전역의 기반 시설이 완전히 무너져 내린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공격이 파괴한 것은 건물뿐이 아닙니다. 절반 이상의 농경지가 파괴되고 95% 이상의 가축 동물이 사라진 상황에서 가자지구의 주민들에게는 당장의 식량 수급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가자지구의 기반 시설이 “69년이나 후퇴한” 상태에서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로의 인도주의적 지원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학살은 가자지구의 모든 생명에게 사망선고를 한 것입니다.
“이 모든 고통, 굶주림, 폭격, 죽음 이후에도 우리는 가자지구를 떠나지 않았다.
다른 어떤 나라의 낙원보다 가자지구의 지옥이 더 낫다.”
- 가자지구 주민 아마드 사피(Ahmad Safi)
“나는 이미 12번 강제 이주 당했다. 우리는 너무 지쳤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우리가 원하는 전부이다. 나는 떠나지 않을 것이다.”
- 가자지구 주민 살레 알-사왈라(Saleh Al-Sawalha)
“우리는 우리의 땅도, 집도 떠나지 않을 것이다.
가자가 얼마나 황폐화 되었든, 우리는 이곳에 남을 것이다.”
- 가자지구 주민 이얌 자주흐(Iyam Jahjouh)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자지구 주민들은 여전히 집으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그들의 집은 이미 모두 무너졌고, 누군가는 그곳을 뒤집어 엎어 휴양지로 만들고자 하지만, 가자지구 주민들은 자신들이 처음 발을 떼고, 밥을 먹고, 말을 배운 그 땅으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이스라엘의 계속되는 공습, 그리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정치 놀이 사이에서 휴전 협상안이 평화적으로 마무리 될 가능성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폐허가 된 땅은 주인이 없는 땅이 아닙니다. 가자지구를 둘러싸고 국제사회가 취해야하는 입장은 자본주의의 논리에 따른 무분별한 개발이 아닌, 그 땅을 보금자리 삼았던 이들이 하루 빨리 안전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