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Sol과 앤디는 서울 지역 ‘9.27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했는데요. 기후 위기가 날로 심화하는 가운데, 이로 인한 불평등을 바로잡고자 ‘기후 정의’를 요구하는 시민들이 한데 모인 자리였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기후 정의를 외치는 시민들 사이, 곳곳에서 팔레스타인 연대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전쟁 학살 OUT, 군비확충 STOP”이란 문구가 적힌 피켓, 커다랗게 인쇄된 네타냐후의 얼굴에 신발을 던질 수 있는 규탄 포스터, 그리고 갖가지 크기의 팔레스타인 국기까지. 심지어 ‘기후 정의 걸림돌’ 투표에서는 네타냐후가 가장 많은 표를 받기도 했습니다. 기후 정의와 팔레스타인 연대는 어떤 관련이 있기에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한 수많은 시민이 팔레스타인 해방과 이스라엘 학살 중단을 외쳤을까요? (관련 기사 읽기)
먼저, 전쟁과 학살로 인해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이 막대하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이스라엘이 지난 15개월 사이 배출한 탄소는 세계 100개국의 연간 탄소 배출량보다 많다고 하는데요. 특히 이스라엘이 지난 2023년 10월부터 배출한 약 189만tCO2e(이산화탄소환산톤*)의 온실가스 중 99%가 팔레스타인 학살 과정에서 발생한 것입니다. (관련 기사 읽기)
*각종 온실가스가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력을 이산화탄소의 영향력으로 통일해 환산한 값
이스라엘의 환경 파괴는 온실가스 배출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가자지구는 지난 15개월 간 이스라엘의 무차별적인 공습이 남긴 잔해로 회생이 어려운 땅이 되었는데요. 지난 6월 기준 가자지구에는 3천 9백만 톤의 잔해가 방치되어 있는데, 이는 1제곱미터 당 107kg에 육박하는 양이라고 합니다. (관련 자료 읽기)
이스라엘은 심지어 120만 톤 이상의 고형폐기물을 국내 실향민(IDP) 수용소 근처에 폐기하거나, 팔레스타인 땅으로 각종 유해 폐기물을 밀반입하고 있는데요. 가자지구의 폐기물 문제는 지난해에도 유엔개발계획(UNDP)과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 구호 사업 기구(UNRWA)가 우려를 표한 바 있습니다. (관련 기사 읽기) 하지만 늘어나는 국내 실향민 인구와 이스라엘의 폐기물 처리 장비 표적 공격 등으로, 폐기물 처리 수요는 가자지구 내 인력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관련 기사 읽기)
봉기의 지난 뉴스레터에서 다룬 것처럼, 이스라엘의 만행을 규탄하기 위해 여러 국가가 무기 수출을 중단하거나 규제하는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여전히 극도로 소극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데요. 이 배경엔 한국 정재계와 이스라엘 간의 긴밀한 유착이 있습니다.
일례로, 최근 이스라엘이 판매한 팔레스타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가스전 개발 탐사권을 구매한 ‘다나 페트롤리엄’이 한국 석유공사의 자회사라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죠. 이는 한국 정부가 그간 국내 기업의 이스라엘 무기 수출뿐만 아니라, 공기업의 적극적인 가담까지도 방조해 왔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관련 자료 읽기)
다시 말해, 한국 정부가 팔레스타인 주권 인정과 이스라엘 학살 중단을 요구하는 데에 보수적인 이유는, 단순히 오랜 동맹국인 미국이나 우방인 이스라엘과의 외교적인 관계만을 우려해서는 아닙니다. 한국도 이 끔찍한 학살에 가담한 주체이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기후 정의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학살이 가지는 연결고리는 분명합니다. 전쟁과 학살은 기후 위기를 가속하며, 동시에 개발의 탈을 쓴 환경 파괴는 전쟁과 학살을 기회 삼습니다.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이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목청껏 외친 “Free, Free, Palestine!”에는, 이런 구조를 규탄하고 정의를 바로 잡아 더 이상의 희생을 멈추자는 의미가 담겨있었을 것입니다.
오늘 봉기는 전쟁과 학살이 기후 위기에 미치는 영향 중 아주 일부만 소개해 드렸는데요. 이 밖에도 이스라엘의 전력 통제, 지속가능한 에너지 시설 파괴, 인간을 넘어 동물과 숲을 대상으로 저지른 대규모 생태 학살 등 살펴볼 주제가 많습니다. 짧은 편지에 모두 담지 못해 아쉽지만, 독자 여러분께 이 소식이 가자지구 참상을 다각도로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이번 한 주도 흔들림 없이 연대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