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시온주의자들의 주장을 살펴봅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봉기입니다!
날씨가 부쩍 추워진 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모두 건강히 잘 지내셨나요?
봉기는 한국의 이스라엘 연대 집회에 참석해 취재한 내용을 정리하는 한 주를 보냈답니다.
애초 계획은 한 편에 모든 내용을 담는 것이었지만, 독자 여러분과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욕심에 이것저것 더 담다 보니 두 편 분량이 되어버렸는데요.
그래서 이번 주에는 이스라엘 연대 집회 취재기 1편을, 다음 주에는 나머지 절반인 2편으로 돌아오겠습니다.
그럼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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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예고한 대로, 오늘 봉기는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사람들에 관해 적어보려 합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한국의 이스라엘 지지자들에 대해서요.
사실 ‘이스라엘 연대 집회’라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게 최근의 일은 아닙니다. 이번 여름 Sol은 학원에 다니기 위해 주말마다 을지로 일대를 오가며 보신각 앞에서 이스라엘 국기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여러 차례 관찰했는데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예수 믿을 자유’를 외치는 사람들 사이 그 광경을 라이브 방송으로 송출하는 유튜버(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태극기와 함께 이스라엘 국기를 꽂아둔 것 또한 심심찮게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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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에 출몰한 이스라엘 국기, 직접 촬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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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보던 Sol은 문득 궁금해졌다고 합니다. 태극기와 성조기의 조합은 이제 서울 도심에서 흔해져 버렸지만, 이스라엘 국기는 왜 등장한 걸까? 짧은 고민으로는 그 연관성을 추측하기 어려웠습니다. 미국과 같은 ‘군사적 동맹’을 논하기엔, 이스라엘은 한국전쟁 당시 파병은커녕 존재하지도 않았던 국가(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은 차치하고)니까요.
이에 Sol은 궁금증을 직접 해소하러 나서기로 합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이라면 몰라도 이스라엘 연대 집회는 처음이었기에, 정확한 모임 시각이 언제인지 알아내기까지는 조금의 인터넷 리서치가 필요했는데요. 검색 끝에 이들이 서울 보신각에서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 반에 집회한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집회가 시작한 시각보다 조금 늦게 보신각에 도착한 Sol은, 아쉽게도 이스라엘 지지자들이 모여 구호를 외치는 모습은 놓치고 말았는데요. 다행히 그들이 행진하러 가느라 바닥에 남기고 떠난 피켓들은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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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교 신한은행 앞에 거치된 피켓의 모습입니다. 왼쪽 위부터 차례대로 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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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피켓은 후세인과 히틀러의 관계를 다루고 있습니다. “Husseini and Hitler agreed in 1941 committing genocide of Jews by terrorists.” 즉, 1941년 후세인과 히틀러가 테러리스트를 동원해 유대인을 학살하기로 했다는 뜻인데요. 그 아래로는 팔레스타인 해방 집회에 나선 민중의 사진을 비롯해 후세인과 히틀러가 대화하는 사진, 사람들이 포박당한 채로 엎드려 있는 사진 등이 함께 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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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오른쪽 피켓을 보겠습니다. “Hamas atrocities on Oct 7”, “하마스 = Evil 악”이라는 문구가 눈에 띕니다. 작은 글씨로 “하마스 여성들 납치, 강간, 참수하고 흔적 인멸을 위해 방화”라는 설명도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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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쪽 피켓으로 가봅시다. “Free Palestine? Means Nazi Genocide of Jews”, 팔레스타인 해방은 나치의 유대인 말살운동이라는 문구와 함께, 팔레스타인 국기에 나치 문양으로도 알려진 하켄크로이츠가 합성된 사진도 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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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피켓인데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점령한다? 세기의 거짓말”이라는 문구와 함께, 팔레스타인 민족과 국가를 부정하는 ‘하마스 리더의 아들’이 한 발언이 적혀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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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놓여있던 피켓에는 ‘대한민국’, ‘공산(주의자)’, ‘이슬람주의자’, ‘Fxuck Hamass’ 등의 문구가 적혀있네요.
피켓 속 문구들은 모두 팔레스타인과 하마스를 단순히 '무슬림'이나 '테러리스트'로 등치시키고 나아가 이들을 악의 세력으로 구조화하는 구도를 따르고 있었습니다. 어딘가 익숙하지 않은가요? 바로 기성 언론의 선악 이분법적인 화법입니다. 하마스와 악을 항등식 관계로 정의하고 접근하는 서구 언론의 편향성과 이를 곧이 곧대로 받아적는 한국 기성 언론에 대해선 봉기의 이전 글로 갈음합니다. (이전 호수 보기)
그중에서도 가장 강렬한 인상을 주는 건 팔레스타인의 해방 운동이 나치의 유대인 말살 운동이라고 주장하는 피켓이었는데요. 지난 2년간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공격으로 인한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6만 9천236명, 반대로 이스라엘 민간인 사망자는 1천983명이었습니다. 감히 사망자 수로 어느 쪽의 비극이 더 큰지 저울질해서는 안 되지만, 그런데도 35배에 가까운 사망자 수의 차이로 말미암아 학살이 어느 쪽에서 자행되고 있는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피켓 속 설명은 또한 세계 2차대전이 발발한 시점부터 시작해 하마스와 나치를 엮어냅니다. 나치독일의 히틀러와 이라크의 독재자 후세인 간의 유착 관계를 조명하며 그들 간 모종의 네트워크가 있었고, 이를 통해 팔레스타인 해방운동과 하마스의 존재를 21세기 유대인을 향한 홀로코스트의 연장으로 해석하고 있죠. 이들은 사건을 이렇게 이해하고 싶을지 모르지만, 네타냐후 발 히틀러-후세인 음모론 보다 명확한 건 현재 팔레스타인 땅에서 일어나는 이스라엘의 학살 행위이며며, 이는 어떤 비유와 루머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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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국기를 들고 청계천로를 행진하는 이스라엘 연대 집회의 무리, 직접 촬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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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피켓을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었습니다. 세간에 알려진 사실에 의하면, 하마스가 악의 축이라는 이스라엘발 음모론은 지난 2년 그리고 수십 년간 이어진 그들의 행태에 의해 거짓임이 드러났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그런데도 왜 이스라엘을 지지하며, 연대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일까? 이스라엘의 학살은 자명함에도 피켓 속 음모론을, 있는 그대로 믿는 이유는 무엇일까?
때마침 Sol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이스라엘 국기를 힘차게 흔들며 행진하는 이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들은 SK서린빌딩 앞에서 격주로 열리는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를 마주 보고 있었는데요. 들려오는 주장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대한민국 종북세력, 이슬람주의자들, 사회주의자들은 우리나라에서 떠나가라”
“저런 무식한 새끼들이 팔레스타인은 이미 해방되었는데, 역사를 왜곡하고 선동하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해방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는 놈들이 가자 인간들을 인간 방패 삼고 잔인하게 처형하는 하마스 규탄하여 … (소음) … 대한민국 종북 새끼들이…"
“대한민국 종북세력 우리나라에서 떠나가라”
팔레스타인 해방에 종북세력이 웬 말일까요. 이들의 역사관과 정치관은 대체 어디서부터 꼬인 것인지, 허탈한 웃음만 나오는 발언들이었습니다.
주목할 점은, 이들이 행진 중 외친 구호는 피켓 속 내용과는 사뭇 달랐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팔레스타인인 = 무슬림 테러리스트’라는 공식에 그치지 않고,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이들에게 종북세력이라는 딱지를 붙여 새로운 종류의 음모론을 설파하는 데 주력하고 있던 것입니다.
팔레스타인 = 하마스 = 이슬람주의자 = 사회주의자 = 종북세력. 이들의 주장이 아주 억지스러운 건 아닙니다. 북한이나 중국은 그간 반미주의 노선을 함께하는 하마스를 지지하는 견해를 밝혀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이스라엘의 국기를 서울 한복판에서 들고 다닐 정도로 의기양양한 이들의 눈에는 하마스와 북한, 중국이 한통속으로 보일만도 합니다.
하지만 그뿐입니다. 팔레스타인과 하마스, 그리고 이슬람주의까지는 이들 민족의 종교이니 한 묶음으로 이해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지만, 사회주의자와 종북세력까지 추가되는 것은 영 어색합니다.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안에서 이슬람주의 민족주의 정당을 표방할지는 몰라도, 사회주의 노선을 걷는 정당 파타와는 완전히 다른 조직이기 때문입니다.
팔레스타인과 하마스를 사회주의나 종북과 연결 짓고 싶었던 그들은 아마도, 팔레스타인 해방을 외치는 국내 세력을 비난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팔레스타인 해방 운동을 주도하는 대표적인 두 세력 모두 좌파로 분류되는 성향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이들 주장의 타당성에 힘이 실리는 건 아닙니다. 이들은 그저 폭력과 테러의 이미지로 점철된 반이슬람주의 정서에 한국의 유구한 반공 정서를 버무려,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논리를 만들어 냈을 뿐입니다. ‘팔레스타인 지지자는 곧 빨갱이’라는 논리 말입니다.
이는 명과 암이 분명한 흑백논리를 따릅니다. 이들에게 ‘선’은 기독교, 미국, 우익이지만, ‘악’은 비기독교, 북한, 좌익입니다. (기독교와의 연관성은 다음 편에서 풀어내겠습니다.) 이스라엘은 미국과 친하게 지내는 나라이니 ‘선’의 분류에, 팔레스타인은 그들과 대척점에 있는 것 같으니 ‘악’의 분류에 넣어버린 것이지요. 자연스럽게 같은 분류에 속하는 것들은 모두 동일한 존재로 치환되어, ‘팔레스타인 = 빨갱이’ 공식이 완성됩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해방 운동에 누가 어떤 의도로 참여한다고 한들, 그것의 본질이 빨갱이 운동이 되진 않습니다. 봉기가 늘 강조하는 것처럼, 팔레스타인 해방 운동은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학살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외침이니까요.
취재한 내용을 모두 전해야겠다는 욕심에 글이 많이 길어졌습니다. 하지만 봉기가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닌데요. 오늘은 이스라엘 연대 집회의 구호를 통해 이들의 주장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면, 다음 주에는 더 본격적인 조사를 바탕으로 이들의 실체를 알아보려 합니다. 한국의 극우와 이스라엘 연대 집회 간의 유착 관계를 파악하는 시간이 될지도 모르겠군요!
그럼 이어지는 발행도 기대해 주시길 바라며, 저희는 다음 주에 또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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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팔레스타인과 관련하여 일어난 이야기를 일선의 보도를 통해 공유하고, 정리해드립니다. 1996년 뉴욕에서 시작된 독립 언론 데모크라시 나우 (Democracy Now), 1989년 예루살렘에서 시작된 인권 옹호 비영리 단체 벳셀렘 (B'Tselem), 2001년 시카고에서 시작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전문 독립 언론 일렉트로닉 인티파다 (The Electronic Intifada) 의 글을 중심으로 다양한 자료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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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mocracy Now] 구글 & 아마존, 이스라엘의 12억 달러 규모 ‘프로젝트 니머스’에서 자체 서비스 약관 위반 (바로가기)
새로운 조사에 따르면, 구글과 아마존이 이스라엘 정부와의 계약에서 자사 서비스 약관을 위반했습니다. 이 계약은 지난 2년간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 동안 사용된 클라우드 컴퓨팅 및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내용인데요. +972 매거진, Local Call, 가디언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프로젝트 니머스’로 알려진 12억 달러 규모의 계약에 따라 구글과 아마존은 외국 법원이 자사의 클라우드 플랫폼에 저장된 데이터를 제출하라고 명령할 경우, 이 사실을 비밀리에 이스라엘에 통보해야 합니다. 이스라엘은 해당 서비스를 이용해 수백만 명의 팔레스타인 민간인의 전화 통화를 감시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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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 Jazeera] 팔레스타인의 올리브 수확철, 생계·문화·저항의 현장 (바로가기)
팔레스타인에 올리브 수확철이 시작됐습니다. 올리브는 팔레스타인 삶의 중심으로, 수천 년 동안 이어진 생계 수단이자 정체성·문화·땅에 대한 애착을 상징합니다. 매년 10월이면 가족과 친척, 이웃들이 함께 모여 수확을 돕고, 올리브유와 절임 올리브가 한 해 식탁과 생계의 기반이 됩니다. 약 10만 가구 이상이 이 시기에 크게 의존하며, 대표 품종인 나발리와 수리는 높은 품질의 기름을 생산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올해도 많은 농부들이 자신의 땅에 접근하기 위해 허가를 받아야 하고, 이스라엘 정착민의 폭력과 나무 파괴가 이어지면서 수확이 평온한 축제이기보다 인내와 저항의 시기가 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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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퍼블릭] “해군기지 철수” vs “국가안보 수호” 제주서 대립 (바로가기)
11월 6일 제주 해군기지 입구에서 팔레스타인 연대를 내세운 ‘팔레스타인행 편도 티켓 검색단’의 해군기지 철수 요구 집회와 이에 맞선 청년단체 ‘제주오름’ 등의 안보 수호 집회가 동시에 열리며 긴장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팔레스타인 지지 집회 측은 기지 철수를 주장했으며, 이에 대해 제주오름 등은 국가 안보를 해치는 주장이라며 즉각 반대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현장에서는 양측 간 물리적 충돌이 있었다는 주장도 나왔고, 경찰이 개입했으며 고발 조치가 이뤄졌다고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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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 주 동안 한국에서 팔레스타인과 연대할 수 있는 다양한 온·오프라인 모임과 활동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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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집단학살 규탄 한국 시민사회 54차 긴급행동 집회
📆 11월 16일(토) 14:00 📍서울 SK서린빌딩 뒤편(서울 종로구 종로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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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문화이론연구소] 2025 여성문화이론연구소 70번째 가을강좌: 수요강좌 퀴어 팔레스타인 세미나 (링크)
📆 11월 12일(수), 11월 19일(수), 11월 26일(수) 19:30 -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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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시민사회 긴급행동X팔레스타인 평화를 위한 긴급행동 울산X기후정의동맹] 11.26 한국석유공사·다나페트롤리엄 규탄 국제 행동의 날 (링크)
📆 11월 26일(수) 16:00 📍한국석유공사 본사 앞(울산 중구 종가로 305) (참가신청) |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 팔레스타인 연대 106차 집회
📆 11월 8일(토) 14:00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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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평화연대 BDS Korea] 2025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회원모임 팔연대 연말정산 (링크)
📆 12월 14일(일) 12:00
📍팔레스타인평화연대 사무실(울산 중구 종가로 305) (참가신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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